명예훼손과 모욕이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피해자의 특정에 관한 법리

쟁점

명예훼손과 모욕이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를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만 드러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에서 서로 비방을 하다가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 언론에서 이니셜을 사용하여 보도하면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특정인의 성범죄를 공개한 피해자들에게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나아가 어느 집단을 비방하는 경우 그 소속원들에게 명예훼손이 성립할지 여부도 문제가 됩니다.

우리 법원은 경우에 따라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기도 하고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합니다.아래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가 집단아닌 사람인 경우

기본 법리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頭文字)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손해배상(기)]))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27769 판결 [손해배상(기)]

제1심판결의 별지 1, 2, 3 기재 각 기사(이하 “이 사건 각 기사”라 한다)에서 “A 변호사”, “B 사무장” 등으로 익명처리를 하고 있기는 하나, 그들의 직업이 특정되어 있고, A 변호사에 고용되어 있던 B 사무장의 나이 및 그가 민사사무장으로 근무한 시기 등을 적시해 놓고 있어 변호사업계 종사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A 변호사”가 원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다45857 판결 [손해배상(기)등]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기사에서 언급된 ‘보좌관’은 원고로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① 이 사건 각 기사에서 ‘수도권 여당 C의원실 유부남 보좌관, 미혼 여비서’, ‘수도권 S의원실 유부남 보좌관, 미혼 여비서’로 익명처리를 하고 있기는 하나, 그들의 직업과 소속이 특정되어 있고, 그 무렵 여비서가 그만두었다는 사정까지 적시되어 있다. ② 국회 근무자들이나 그 주변 사람들, 특히 수도권 여당 국회의원실 직원들 등은 그 무렵 국회의원실에서 그만둔 유일한 여비서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고, 그 여비서와 같은 의원실에 근무한 ‘유부남 보좌관’이 결국 원고를 가리킨다는 사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부인한 사례

[의정부지법 2014. 10. 23., 선고, 2014고정1619, 판결 : 항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인터넷상 ID만 기재된 경우 일반론

① 이 사건 ‘△△△ △△△’ 카페는 회원수가 18,800여 명에 이르고, 카페 내에서는 실명이 아닌 별명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점, ② 피해자는 카페 내에서 ‘◇◇’이라는 이름으로만 글을 올려 왔을 뿐 ‘◇◇’이 ‘공소외인’이라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게시되어 있지 않은 점, ③ 피해자 역시 피고인을 고소하면서 ‘○○○’라는 아이디만을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서로 알지 못했고, 피고인 역시 ‘◇◇’이 어떤 실체적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카페의 주 목적이 친목 도모이고, 피해자가 카페 내 번개 모임에 참석한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를 통해서 피해자가 자신이 ‘공소외인’임을 밝히거나, ‘◇◇’이 ‘공소외인’이라는 사람임이 외부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에 대한 댓글만으로 특정한 사람인 ‘공소외인’에 대하여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사람들이 특정인이 ID를 쓴다는 것을 아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전파가능성이 없으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음

라. 나아가, ‘◇◇’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일부 카페 회원들이 ‘◇◇’이 ‘공소외인’임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특정은 제3자가 객관적으로 인식하기에 그 사람임을 특정하여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객관적인 문언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사정에 의하여 우연히 그 동일성을 알게 된 것만으로는 특정이 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설령 친분관계가 있는 일부 회원들에 대해 특정이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친분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들이 ‘◇◇’이 ‘공소외인’이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도 없으므로,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필요한 공연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도4407 판결 등 참조).

집단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경우 집단 구성원의 명예훼손을 구성하는지 여부

일반론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러한 방송 등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으므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지만, 다만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하여 방송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방송 등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구체적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원고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명예훼손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99도5407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도3120 판결 등 참조))

인정한 사례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손해배상(기)등]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과 그 소속 프로듀서인 피고 2는 이 사건 방송(2001. 3. 25. 21:45경부터 같은 날 22:30경까지 사이에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이하 ‘기동수사대’라 한다) 소속으로서 이 사건 소외 1 관련 수사의 담당 경찰관이던 원고 13의 성명이나 기동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인 다른 원고들의 성명을 명시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13의 인터뷰 장면만을 내보내면서 그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한 상태로 방송하였으나, 원고 13의 인터뷰 장면에서 ‘신○○/담당형사’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피고 2가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현판을 크게 비추었으며, 기동수사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 (기관명 생략)경찰’이라는 칭호를 3번이나 사용하였고, 이 사건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기동수사대 정문 현판을 다시 크게 보여준 점, 기동수사대는 조직폭력 등 특수강력범죄, 2개 이상의 시·군에 관련되는 광역범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범죄 기타 지방경찰청장이 지정하는 사건 등 특수수사를 담당하고, 당시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경찰관들 중 기동수사대의 인원은 21명 정도에 불과하여 그 업무의 성격상 그 소속 경찰관 전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조사를 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방송이 일반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단지 담당 경찰관 개인이 편파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것이라기보다는 기동수사대 전체가 그러한 수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보여지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실들을 비롯하여 기록에 나타난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기동수사대에서 위 사건을 수사할 당시 기동수사대에 근무하였던 경찰관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 방송에서 사용한 ‘ (기관명 생략)경찰’ 또는 ‘ (기관명 생략)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8 판결 [손해배상(기)]원고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는 원심판결 별지 1. 내지 18. 기재 방송 중 같은 별지 3., 4., 6. 내지 8., 11., 12. 기재 방송(이하 ‘이 사건 각 방송’이라 한다. 이 사건 각 방송의 내용은 이 판결에 첨부하는 별지 1. 내지 7.의 기재와 같다. 한편 원심은 그 나머지 방송에 대하여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따로이 불복하지 않고 있다.)은 직접적으로 ‘대전 지역 검사들’을 지칭하거나 이 사건 각 방송 이전에 이미 MBC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등의 방송에서 사용된 ‘대전’, ‘이종기 변호사’ 등의 표현과 ‘검사’, ‘검찰’, ‘검사들’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용되어 간접적으로 ‘대전 지역 검사들’을 지칭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대전 지역 검사들’이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 구성원 개개인에 대하여 방송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의 수가 적고, 한 달 여에 걸친 집중적인 관련 방송 보도 등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방송 당시 대전지방검찰청에 근무하고 있던 검사인 원고 정재봉, 김현철과 이종기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문제된 수임장부를 작성한 시기로서 위 각 방송 무렵부터 10여 개월 전까지 대전지방검찰청에 근무하였던 검사인 원고 최진규, 이재헌은 ‘대전 지역 검사들’이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부정한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4. 4. 선고 2011가합104944 판결 [손해배상(기)등]

정신과 전문의인 원고들 각자가 이 사건 발언 및 기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① 원고들은 각 정신과 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전국에서 정신과 병원을 개업하여 진료 중인 정신과 의사의 수는 약 813명에 이르고, 최근 정신과 전문의 자격시험의 합격자가 연간 100명을 초과하며, 2008년 현재 정신과 전문의가 2,349명에 이르러 그 구성원의 수가 매우 많은 점,주2) ② 정신과 의사는 전국에 분포되어 개업을 하거나 종합병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고, ‘정신과 의사들’이라는 말속에는 정신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정신과 수련의까지도 포함될 수 있으며, 원고 4, 12, 22, 54은 신경과 전문의 및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모두 포함하는 신경정신과주3)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어 더더욱 집단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집단의 성격이 비조직적이므로 집단으로 표시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특정의 정도를 강화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비난의 정도를 희석시키고 있는 점, ③ 원고들은 모두 피고 1이 발표하는 공청회 장소에 참석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발언 및 기사에 의하여 원고들 각자가 피해자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3다74837 판결 [손해배상(기)]① 2011. 5. 2.자 기사는 주로 A 상사에 관한 사건을 다루면서 그 사건 관련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3개의 사건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되었는데, 이 사건 기사는 그 3개의 별개 사건 중 하나인 증인 O씨에 관한 사건을 소개한 부분인 점, ② 이 사건 기사에는 사건당사자들의 이름을 모두 영문 이니셜로만 표시하였고, ‘육군 검찰’이라는 표현만 보이고 ‘육군 법무실’ 등 육군본부 검찰부를 암시하는 표현은 보이지 아니하며, 2011. 5. 2.자 기사가 다루고 있는 4개의 사건 중 A 상사에 관한 사건을 다룬 부분에서만 육군본부 검찰부가 수사한 사건임을 알 수 있는 표현이 나타나는 점, ③ 이 사건 기사에는 증인 O씨와 그의 아내가 2010년 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인 O씨가 ‘육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과정에 관하여 진술한 내용 등이 나타나 있으나, 증인 O씨를 조사한 ‘육군 검찰’이 육군에 소속된 어느 검찰부인지 추론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없고, 그 조사시기도 나타나 있지 아니한 점, ④ 2011. 5. 2.자 기사는 4개의 개별적인 사건에 나타난 ‘육군 검찰’의 수사사례를 폭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군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관행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사의 ‘육군 검찰’은 육군본부 검찰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고 육군 소속의 특정되지 아니한 어느 검찰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보이며, 증인 O씨 등이 증언한 시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기사가 2010년 2월 이전에 어느 육군 검찰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만 추론할 수 있을 정도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육군에는 1개의 고등검찰부와 56개의 보통검찰부가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될 당시 육군 전체에는 검찰관 110~120명과 검찰수사관 60~70명이 근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사건 기사가 다루고 있는 실제 사건의 발생일인 2002년 6월까지만 소급하더라도 그동안 육군 검찰부에서 근무하였던 검찰관과 검찰수사관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기사에 나타난 명예훼손의 내용은 ‘육군 검찰’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육군 검찰’이라는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그 소속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못함으로써 그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다.

결론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는 표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 객관적으로 특정이 가능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다면 하희봉 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