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적 경합 vs. 실체적 경합, 어떻게 다를까?

오늘은 실체적 경합과 상상적 경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법학 공부를 시작하신 분들이나 형사법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들어가며

형법에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는 크게 ‘실체적 경합(實體的 競合)’과 ‘상상적 경합(想像的 競合)’으로 나뉩니다. 두 개념 모두 “수죄(數罪)의 관계”라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범죄가 성립하는 방식이나 그에 따른 처벌(과형) 방식에서 뚜렷이 구별됩니다. 그럼 두 경합범의 의의와 성립요건, 처벌규정, 그리고 판례의 태도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상상적 경합

개념

  •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이란 “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령 폭탄 하나로 여러 사람에게 상해를 입혀 ‘상해죄’가 여러 개 성립하거나, 한 번의 운전행위로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이 동시에 성립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 ‘일죄’로 처벌
    형법 제40조는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여, 과형(科刑) 단계에서 ‘일죄(一罪)’로 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즉, 여러 개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하나의 실행행위라 할지라도, 법정형은 “가장 중한 죄”에 의하여 단일한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요건

  1. 행위의 단일성
    • 상상적 경합이 되려면 실행행위가 ‘1개’여야 합니다. 예컨대, 폭행을 가해 사람에게 상처가 났고(상해죄) 물건도 부서졌다(손괴죄)면, 이 하나의 폭행이라는 행위 안에 ‘상해죄’와 ‘손괴죄’가 함께 성립합니다.
    • 판례는 ‘사회통념상 자연적 의미’로 1개 행위인 경우(대법원 86도2731)와, ‘법률상 1개의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대법원 91도643 등) 둘 다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2. 수개의 죄
    • 위 한 번의 행위가 실제로 여러 개의 구성요건을 침해해야 합니다. 예컨대 동일한 사기행위가 동시에 변호사법 위반죄 구성요건도 충족하면(금품수수), 상상적 경합으로 본다고 판시한 사례(대법원 2005도8704) 등이 있습니다.

처벌 방식

  • 가장 중한 죄의 형으로 처벌
    • 예: 무면허운전죄(상대적으로 가벼움) + 음주운전죄(상대적으로 조금 무거움)가 동시에 성립한다면, 두 죄 중 ‘형이 더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 다만, 판례 및 다수 견해에 따르면 ‘전체적 대조주의’가 원칙이어서, 가벼운 죄의 최저형에 못 미치는 형을 선고해서는 안 되고, 필요적 몰수나 추징 등은 중한 죄가 아닌 다른 죄에 근거해도 병과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실체적 경합

개념

  • 실체적 경합(형법 제37조)
    실체적 경합이란 “한 사람이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확정판결이 있은 후 그 판결확정 이전에 범한 죄”를 말합니다. 흔히 ‘경합범’이라 할 때 이 실체적 경합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건

  1. 행위의 다수성
    • 상상적 경합과 달리, 실체적 경합은 하나의 범죄마다 각각 ‘별개의 행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예: A를 살해하고, 며칠 후 B의 집을 침입(주거침입죄)한 경우.
  2. 수죄가 모두 성립해야 함
    • 각 행위마다 별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외관상 복수의 죄가 아니라 진정으로 복수의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가령 한 사람이 위조사문서행사죄를 저지르고 나중에 또다시 사기죄를 범했다면, 이는 두 개의 별개 행위로 인한 두 개의 범죄(실체적 경합)가 됩니다.
  3. 판결확정과 시점
    • 동시적 경합범(전단 경합범)
      : 모든 죄가 판결 확정 전이며, 동일한 재판에서 동시에 처리 가능할 때.
    • 사후적 경합범(후단 경합범)
      : 이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상태에서, 그 확정 전(행위 시점을 기준) 범죄가 뒤늦게 기소ㆍ재판되는 경우.

처벌 방식

  1. 동시적 경합범(전단 경합범)
    • 원칙적으로 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하되, 다른 죄와 합산하여 장기(또는 다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습니다(‘가중주의’). 다만 징역과 금고처럼 형종이 ‘동종’인 경우에는 징역형으로 통일하는 식으로 적용하고, 무기형이 껴 있으면 다른 형은 흡수됩니다(흡수주의).
  2. 사후적 경합범(후단 경합범)
    • 이미 확정된 형이 있고, 뒤늦게 다시 재판을 받는 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형을 선고합니다(수개의 형). 다만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을 고려하여 감경 또는 면제해 줄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의 형사책임이 과도하게 중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두 경합범의 비교 정리

구분상상적 경합실체적 경합
성립기준1개의 행위가 수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형법 제40조)별개의 행위 각각이 독립된 범죄에 해당(형법 제37조)
본질형법상 ‘과형(科刑)상 일죄’로 취급 (실질은 수죄)여러 범죄가 실제로 존재하는 ‘수죄’
처벌규정“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동시적 경합범: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다른 죄와 합산 가중(제38조)- 사후적 경합범: 확정판결 후 추가기소된 죄에 별도로 형 선고, 다만 형평고려 가능(제39조)
예시– 무면허 + 음주운전- 폭탄 한 발로 수인을 상해 + 재물손괴– 1일에 A살인, 3일 후 B주거침입(동시적 경합)- (이미 징역형 확정) 그 이전 시점에 저지른 또 다른 범죄가 나중에 적발(사후적 경합)
판례 태도‘법률상 또는 사회통념상 1개 행위’라 평가되면 상상적 경합 인정각각 독립한 행위라면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더라도 실체적 경합을 인정하는 경향

마무리하며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로 여러 범죄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할 때 일죄(一罪)로 처벌하는 제도이고, 실체적 경합은 “각각 독립된 여러 행위”가 별개의 범죄로 인정될 때 경합범으로 취급합니다.

  • 실무적 중요성: 두 경합범의 구별에 따라 형량 산정과 몰수ㆍ추징, 공소시효나 고소 등의 요건 판단이 달라집니다.
  • 형평성 고려: 실체적 경합의 경우, 특히 사후적 경합범에서는 이미 확정된 형과의 균형을 고려해 감경ㆍ면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법원 재량이 크게 작용합니다.
  • 판례 흐름: 판례는 일관되게 “행위의 사회적ㆍ법률적 평가”를 기준 삼아 1개 행위인지 또는 별개의 행위인지를 구별합니다. 그 외에 각 구성요건의 법익, 범의의 단일성, 실행행위의 동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합니다.

형사법을 깊이 공부할수록 이러한 개념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경합범은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쟁점인 만큼, 핵심 키워드(실체적 경합 vs. 상상적 경합)와 처벌원칙(형법 제37조, 제38조, 제39조, 제40조 등)을 꼼꼼히 정리해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조문

  • 형법 제37조(경합범의 개념)
    전단(동시적 경합범), 후단(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정의
  • 형법 제38조(경합범의 처벌)
    동시적 경합범에 대한 처벌 원칙(가중주의, 흡수주의 등)
  • 형법 제39조(사후적 경합범의 처벌)
    사후적 경합범 형 선고 시 형평고려 가능성
  • 형법 제40조(상상적 경합)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할 때 가장 중한 죄로 처벌”

위 내용이 두 경합범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구체적인 법률상담이 필요한 경우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