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1심의 5천만원 손해배상 판결 유지 결정하다.
‘소송자료 유출로 인한 2차 가해’ 책임 인정한 1심 판단 존중하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지용)는 21일, 만화가 이태경 작가가 만화가 박재동 화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손해배상액 5천만원을 그대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 항소심 판결 주문의 내용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 주문을 일부 변경했으나, 피고 박재동 화백이 원고 이태경 작가에게 손해배상금 5천만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핵심적인 결론은 1심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1심 법원이 ▲피해자 동의 없이 소송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하고 SNS에 공개되도록 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여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것이 정당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 사건의 경과
본 사건은 2018년 이태경 작가가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사실을 공론화한 이후, 박 화백이 언론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 작가가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해 제출했던 증거자료(통화 녹취록, 카카오톡 대화 등)가 박 화백 측을 통해 외부에 유출된 것이다.
유출된 자료는 ‘With 박재동 아카이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관련자들의 SNS를 통해 공개되었고, 이는 원본의 취지와 다르게 편집·왜곡되어 이 작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2차 가해의 도구로 악용되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박 화백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해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고, 박 화백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 판결의 의의
이번 항소 기각 판결은, 성폭력 사건의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가해자 측이 빼돌려 2차 가해에 사용하는 행위가 중대한 불법행위라는 1심의 판단을 항소심 법원 역시 존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은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인격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시사점
이번 판결은 미투 운동을 통해 용기를 낸 피해자가 법적 절차 안에서 또 다른 가해에 노출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1심 판결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뒷받침했다.
가해자가 소송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책임을 묻는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가 더욱 두텁게 보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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