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하게 수집된 스마트폰 포렌식 자료, 법정 자백까지 무효로 만든 대법원 최신 판결 (2023도12127)

들어가며: 별건 수사와 디지털 증거 📱

안녕하세요. 로피드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변호사입니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담겨 있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습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여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수사 절차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경찰이 A라는 범죄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가 우연히 B라는 전혀 다른 범죄의 증거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 증거를 들이밀어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냈다면 그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수집한 전자정보를 기초로 얻어낸 피고인의 법정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매우 중요한 판결(대법원 2023도12127)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수사기관의 관행적인 별건 수사에 제동을 걸고, 적법절차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한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디지털 증거의 적법성과 형사 소송에서의 대응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사건의 재구성: 영장 범위를 넘어선 전자정보 탐색 🕵️‍♂️

이 사건의 발단은 환경 관련 법률 위반 혐의였습니다.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1 영장의 발부와 집행: 수사기관은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제1 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당시 법원은 해당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로 압수 대상을 명확히 제한했습니다.
  • 별건 증거의 발견: 수사관들은 압수된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던 중, 원래 혐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뇌물 수수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메시지(이하 ‘이 사건 전자정보’)를 발견했습니다.
  • 문제의 핵심: 수사기관은 이 별건 증거(뇌물 관련 파일)를 즉시 삭제하거나 반환하지 않고, 무려 1년 5개월 동안 보관했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이 자료를 근거로 뇌물죄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 제2 영장의 청구: 수사기관은 이미 위법하게 보관하고 있던 정보를 기초로, 사후에 뇌물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제2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증거를 확보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제시한 이 녹음 파일들을 보고 뇌물 혐의를 인정(자백)하는 진술을 했습니다. 과연 이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핵심 법적 쟁점: ‘독수독과’의 원칙과 2차적 증거 ⚖️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2차적 증거의 효력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2007년 전원합의체 판결(2007도3061)을 통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습니다. 이를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이라고 합니다. 독이 든 나무(위법한 절차)에서 열린 열매(획득한 증거)도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2차적 증거입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 파일(1차 증거)을 근거로 추궁당한 끝에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2차 증거)을 했다면, 이 자백도 독이 든 열매로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피고인이 판사 앞에서 스스로 인정한 것이니 별개의 증거로 인정해야 할까요?

원심 법원(고등법원)은 비록 전자정보 수집 과정에 위법이 있었지만,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발적으로 자백했으므로 그 위법성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위법 수집 증거에 기인한 자백은 증거능력 없다 🚫

2025년 11월 20일,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피고인들의 자백마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장주의 위반의 중대성: 수사기관이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무관한 별건 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1년 넘게 보관한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2. 수사 개시의 유일한 단서: 만약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이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애초에 뇌물죄 수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즉, 수사의 모든 과정이 이 위법한 증거에서 출발했습니다.
  3. 심리적 강제와 자백: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은, 검사가 위법하게 확보한 결정적인 녹음 파일을 제시하며 추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자백은 진정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법 수사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최근 선고된 마약류 관리법 위반 사건(대법원 2024도12689 판결)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대법원의 일관된 경향입니다. 해당 사건에서도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나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근거로 받아낸 법정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로피드 법률사무소의 법률 코멘트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먼지 털기식 수사나 별건 수사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중요한 사례입니다. 형사 사건에 연루되셨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 포렌식 참관의 중요성: 휴대전화 압수수색 시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 참관하여, 영장에 적힌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탐색하거나 복제하지 않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 자백했으니 끝났다?: 아닙니다. 비록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보고 당황하여 자백을 했더라도, 그 증거가 수집된 절차에 위법이 있었다면 법정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 초기 대응의 중요성: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증거의 출처와 적법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절차적 정의 없이는 실체적 진실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위법한 증거로 인해 억울한 처벌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마치며: 형사 절차에서 적법절차가 갖는 무게 🤝

유죄의 증거가 명백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무리 중한 범죄 혐의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어겨가며 처벌할 수는 없다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해주었습니다.

혹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 때문에 곤란을 겪고 계신가요? 로피드법률사무소는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끝까지 함께 싸웁니다.

어려운 형사 사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