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피드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변호사입니다. ⚖️
집합건물(상가, 오피스텔 등) 관리 분쟁은 우리 주변에서 정말 흔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관리비를 횡령하거나 권한 없이 관리인 행세를 한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 때, 의외의 복병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소송 요건이라는 절차적 문제입니다.
내용상으로는 100% 이길 수 있는 사건인데도, 소송을 제기하는 절차(관리단 집회 결의)에 흠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각하를 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오늘은 2025년 11월 20일에 선고된 따끈따끈한 대법원 판결(2025다211190)을 통해, 관리단이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의결권 제한 법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들어가며: 관리단 분쟁과 소송 요건의 중요성
집합건물 관리단이 누군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관리단 집회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따른 절차입니다.
만약 관리단이 적법한 결의 없이 소를 제기하면, 상대방은 본안(잘못을 했느냐 안 했느냐)을 다투기 전에 “이 소송은 절차적으로 무효다”라고 주장하며 소 각하를 요구할 것입니다. 특히 소송의 상대방이 외부인이 아니라 건물 내부의 구분소유자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과연 나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안건에 내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

사건의 개요: 적법하지 않은 관리인과 부당이득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건물 현황: 11개의 호실로 구성된 집합건물로, 구분소유자는 총 10명입니다.
- 피고의 행위: 피고는 이 건물 구분소유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적법하게 선출된 관리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운영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2012년부터 관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 원고의 소 제기: 2019년에 새로 선출된 적법한 관리인(원고)은 피고가 그동안 챙겨간 관리비, 기지국 임대료 등 약 1억 6천만 원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피고의 반격: 피고는 소송 도중 “이 소송을 제기하려면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한데, 제대로 된 결의가 없었으니 무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원고의 대응: 원고는 뒤늦게 구분소유자들에게 소 제기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받아 절차적 흠결을 치유(추인)하려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연 몇 명의 동의를 받아야 적법한 것일까요? 📝
핵심 쟁점: 소송 상대방인 구분소유자의 의결권 인정 여부
이 사건의 핵심은 “소송의 상대방인 피고(구분소유자)를 의결 정족수에 포함해야 하는가?” 였습니다.
원심의 판단 📉
원심(2심) 법원은 피고에게도 의결권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를 포함한 전체 구분소유자를 기준으로 3/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계산해 보니 동의율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 결국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 “자신의 이익과 관리단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해당 구분소유자는 의결권이 없다.”
- 대법원은 민법 제74조를 유추적용하여, 관리단과 구분소유자 간의 소송(부당이득반환 등) 결의는 이해상반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74조(사원이 결의권 없는 경우)
사단법인과 어느 사원과의 관계사항을 의결하는 경우에는 그 사원은 결의권이 없다.

올바른 의결 정족수 산정 방법
대법원 판결(2025다211190)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다시 계산해 보겠습니다. 이 계산법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1. 의결권 없는 자의 처리
핵심은 의결권이 없는 자(피고)는 단순히 찬성표를 못 던지는 게 아니라, 아예 정족수 산정의 기초(분모)에서 빠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조 판례: 대법원 2012다38216)
2. 실제 계산 적용
- 전체 구분소유자: 10명
- 피고(제외 대상): 1명
- 의결권 있는 구분소유자(분모): 9명 (10명 – 1명)
- 동의서를 낸 사람(분자): 7명
3. 결과
- 동의율: 7 ÷ 9 = 약 77.7%
- 집합건물법상 서면 결의 요건인 4분의 3(75%)을 넘겼으므로, 이 결의는 유효합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관리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죠. 🎉
팁: 서면 결의 시 주의할 점
이번 판결과 더불어 집합건물 관리단 운영 시 꼭 알아두셔야 할 팁을 정리해 드립니다.
서면 결의, 형식에 얽매이지 마세요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 따른 서면 합의는 특별한 형식이 필요 없습니다. 구분소유자들이 안건 내용을 충분히 알고 합의했다면 팩스, 이메일, 혹은 낱장의 동의서라도 효력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1다252540 참조)
한 번 동의하면 철회는 신중하게
서면에 의한 합의가 성립하여 결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 후에는,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동의를 함부로 철회할 수 없습니다. 이미 성립한 결의의 효력을 뒤흔들면 법적 안정성이 해쳐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1다252540 참조)
이해상반 당사자는 계산에서 빼세요
관리단 집회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거나 소송을 거는 결의를 할 때, 그 당사자가 구분소유자라면 그 사람을 전체 인원수와 면적 비율 계산(분모)에서 아예 제외하고 계산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놓쳐서 억울하게 소송 요건 미비로 패소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마치며: 복잡한 집합건물 분쟁,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
집합건물 분쟁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냐”를 따지는 것을 넘어, “절차를 제대로 지켰냐”는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살펴본 사례처럼, 의결권 계산 하나가 수억 원대 소송의 승패를 가르기도 합니다.
특히 관리단 내부의 갈등은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지기 쉬워, 냉철한 법리적 판단을 놓치기 쉽습니다. 소송 제기 전 단계부터 꼼꼼하게 정족수를 계산하고 절차를 준비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로피드법률사무소는 집합건물법과 관련된 다양한 분쟁을 해결해 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관리단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