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명령 내려져도 소송 가능합니다 (대법원 입장 변경)

안녕하세요. 로피드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변호사입니다. ⚖️

복잡하게 얽힌 채권채무 관계 속에서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곤 합니다. 특히 내가 받을 돈(채권)에 대해 다른 채권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걸어오면 진행 중이던 소송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억울하게도 소송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아주 중요한 입장 변경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1다252977)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들어가며: 채권 압류와 소송, 무엇이 바뀌었나?

복잡한 채권 관계: 채무자, 채권자, 그리고 제3채무자

먼저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등장인물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나(채무자): 친구(제3채무자)에게 1억 원을 빌려줬고, 이를 받기 위해 소송 중입니다.
  • 채권자: 나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입니다. 내가 돈을 안 갚자, 내가 친구에게 받을 1억 원을 압류하고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 친구(제3채무자): 나에게 돈을 갚아야 할 사람입니다.

이 상황에서 나(채무자)는 계속해서 친구(제3채무자)를 상대로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쟁점의 핵심: 압류·추심명령 후 채무자가 소송을 계속할 수 있는가?

소송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채권자가 들어와서 추심명령을 받아버리면, 법원은 “당신은 이제 돈을 받을 권한이 없으니 소송할 자격도 없다”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당사자적격 상실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것이 타당한지 대법원이 다시 판단을 내렸습니다.

기존 대법원의 입장: 당사자 자격 없다

과거 대법원의 태도: 채무자의 당사자적격 상실

과거 대법원 판결(2000다23888 등)은 채권에 대해 추심명령이 떨어지면, 채무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돈을 달라고 할 권한을 잃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추심채권자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원래 채권자인 채무자는 소송을 수행할 자격(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제점: 소송 도중 추심명령이 들어오면 공들인 재판이 ‘각하’되는 불합리

이러한 기존 입장은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몇 년 동안이나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해서 거의 이길 상황이 되었는데, 판결 직전에 다른 채권자가 추심명령을 받아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당신은 이제 자격이 없다”며 제 소송을 각하(소송 요건 미비로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끝냄)해버립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죠. 이는 소송경제상으로도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대법원 입장 변경: 채무자도 여전히 소송할 자격 있다

대법원은 2025년 10월 23일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2021다252977)을 통해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변경된 판결의 요지 (2021다252977)

대법원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라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이유 ①: 추심명령은 권능만 부여할 뿐, 채권 자체를 이전하는 것은 아님

법리적으로 볼 때, 추심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권능을 주는 것일 뿐, 채권 자체를 채권자에게 넘겨주는 것(채권양도나 전부명령)은 아닙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여전히 채권의 보유자로서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이익이 남아있습니다.

이유 ②: 채무자의 권리 구제 및 시효 중단의 필요성

채무자는 소송을 통해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거나, 나중에 추심명령이 취소될 경우를 대비해 판결문(집행권원)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과거 판결(2019다212945)에서도 채무자가 제기한 재판상 청구는 추심채권자를 위해서도 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채무자의 소송 수행은 채권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행위이므로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유 ③: 소송경제와 분쟁의 일회적 해결 도모

소송이 막바지인데 추심명령 때문에 각하된다면, 추심채권자는 처음부터 다시 소송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적으로나 당사자들에게나 큰 낭비입니다. 채무자가 하던 소송을 끝까지 진행해서 판결을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추심채권자는 불안하지 않을까? (채권자의 권리 보호)

혹시 “채무자가 소송을 엉터리로 해서 지면 어떡하냐?”라고 걱정하는 채권자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충분하다고 설명합니다.

채무자가 받은 승소 판결의 효력은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침

변경된 법리에 따르면,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유지한 채 받은 확정판결의 효력은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치게 됩니다. 이는 대법원 2021다239301 판결 등에서 설시한 법리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즉, 채무자가 승소 판결을 받으면, 추심채권자는 별도로 소송할 필요 없이 그 판결문에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유리합니다. 👍

추심채권자의 소송 참가 및 이중 지급 위험 방지 장치

추심채권자는 채무자가 진행하는 소송에 공동소송참가 등을 통해 개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3채무자는 이미 압류가 되어 있으므로 채무자가 승소하더라도 돈을 채무자에게 직접 주지 않고 공탁을 함으로써 이중 지급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7다278729 판결 참조)

이번 판결이 실무에 미치는 영향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실무적으로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각 당사자별로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채무자 입장: 압류 들어와도 당황하지 말고 소송 유지 가능

소송 진행 중에 채권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하더라도 이제는 소송이 각하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 판결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채권의 소멸시효를 막고 권리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제3채무자 입장: 이중 소송의 부담 감소 및 응소 전략

기존에는 채무자의 소송이 각하되고 추심채권자가 다시 소송을 걸어오면 두 번 응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채무자의 소송 하나로 결론이 나므로 소송 응대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채권자 입장: 채무자의 소송 진행 상황 모니터링 및 승계 집행문 활용

채권자는 직접 추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채무자가 이미 소송을 잘하고 있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별도 소송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채무자의 소송에 참가하거나, 채무자의 승소 판결을 기다려 승계집행문을 받아 집행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나가며: 복잡한 채권 집행과 소송,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

오늘 살펴본 대법원 입장 변경은 추심명령이 있어도 채무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억울하게 소송 기회를 박탈당했던 채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 압류, 추심, 전부명령, 그리고 이에 따른 소송 관계는 여전히 법률적으로 매우 복잡한 영역입니다. 나의 상황에서 소송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혹은 채권자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내 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지는 전문가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로피드법률사무소는 변화하는 판례를 가장 빠르게 분석하여 의뢰인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복잡한 채권 분쟁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