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동의 없이 소송자료 유출해 SNS 등에 공개한 행위는 불법
- 재판 과정에서 약속과 달리 소송자료 유출로 2차 가해 인정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김창모 판사)는 만화가 이태경 작가가 만화가 박재동 화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박재동 화백에게 5천만원의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 주요 판결 요지
법원은 박재동 화백이 정정보도 청구소송 과정에서 원고의 동의 없이 개인적 대화내용과 통화내용이 포함된 소송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 SNS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한 행위가 이태경 작가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 박재동 화백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위반
- 유출된 자료가 이태경 작가와 제3자 사이의 개인적인 대화 내용을 포함한 민감한 정보였음
- 유출된 자료들이 박영윤씨와 김민웅씨 등을 통해 SNS에서 광범위하게 확산
- 이로 인해 이태경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2차 가해가 발생
■ 사건의 경과
본 사건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자의 소송자료가 무단으로 유출되어 발생한 2차 피해에 관한 것이다. 이태경 작가는 2018년 SBS를 통해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피해사실을 제보했고, 이에 박재동 화백은 SBS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 과정에서 이태경 작가가 제출한 증거자료들이 ‘With 박재동 아카이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가해성 게시물들이 확산되었다. 특히 박재동 화백은 재판부 앞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행위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들이 2차 가해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방식과 내용은 개인의 신분, 사회적 지위 등 인격주체성을 특정 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점
이번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보호와 2차 피해 방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를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행위가 심각한 권리침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는 미투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가해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명확한 입장을 보여준 사례로,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의]
로피드 법률사무소 하희봉 변호사
연락처: 010-6277-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