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피드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변호사입니다. ⚖️
오늘은 최근 대법원에서 나온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상표권 판결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화장품 사업을 하시거나, 브랜드를 만드시는 분들이라면 꼭 주목하셔야 할 내용입니다.
“내 제품 이름은 아주 길고 독창적인데, 그 중간에 우연히 다른 사람의 상표 단어가 하나 들어갔다고 해서 침해가 될까요?”
많은 분이 “설마 그게 죄가 되겠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바로 립스틱 상표 누디즘(NUDISM) 사건입니다. 함께 보실까요? 🧐
들어가며: 내 브랜드 속에 숨어있는 타인의 상표
상표권 분쟁은 “얼마나 비슷한가?”를 따지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내 상표가 아주 길고 복잡한 영어 문장으로 되어 있고, 상대방 상표는 딱 한 단어라면 어떨까요?
언뜻 보면 전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상표 전체의 모양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 핵심 부분(요부)을 떼어내어 비교하기도 한답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요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사건의 재구성: 누디즘(NUDISM) vs CATALIC … Nudism …
사실관계: 유명 립스틱 상표와 피고인의 사용 상표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피해자 회사는 누디즘 NUDISM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놓고 립스틱 등을 팔고 있었어요.
그런데 피고인(다른 화장품 회사 대표)이 CATALIC Narcisse Nudism Holic Matte Lipstick이라는 아주 긴 이름으로 립스틱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시다시피 피고인의 상표에는 맨 앞에 CATALIC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명이 있고, 중간에 Nudism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죠. 피해자 회사는 “우리 상표인 Nudism을 허락 없이 썼다!”며 상표권 침해로 고소했습니다.

원심의 판단: CATALIC이 주된 브랜드이므로 무죄
2심 법원(원심)은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어요. 🙅♂️
- 피고인 상표를 보면 맨 앞에 있는 CATALIC이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 이름(요부)이다.
- 반면 Nudism은 중간에 끼어 있고, 뒤에 있는 Holic, Matte Lipstick 같은 단어들과 섞여 있어서 소비자들이 굳이 Nudism만 따로 떼서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 따라서 두 상표는 비슷하지 않다. 무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일리 있는 말 같죠? 전체적으로 보면 문장의 길이도 다르고, 맨 앞의 브랜드명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반전 판결: 요부(要部)만 떼어내어 비교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파기환송)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 왜 그랬을까요?
결합상표 유사 판단의 대원칙: 전체관찰과 요부관찰
상표법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전체관찰의 원칙: 상표를 전체적으로 보고 판단한다.
- 요부관찰: 상표 중에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거나 기억에 남는 부분(요부)이 있다면, 그 부분만 따로 떼어내어 비교한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요부관찰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피고인의 상표가 길긴 하지만, 그 안에서 Nudism이라는 단어가 독립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죠.
누드는 안 되지만 누디즘은 된다? (식별력 판단 기준)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포인트가 나옵니다. 💡
립스틱에서 누드(Nude)라는 말은 피부색과 비슷한 색상을 뜻하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어(식별력이 약함)입니다. 만약 등록상표가 그냥 누드였다면 대법원도 침해라고 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누디즘(Nudism)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Nudism(나체주의)은 일상적인 용어도 아니고, 화장품 업계에서 흔히 쓰는 단어도 아니다. 따라서 이 단어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식별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CATALIC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있는 Nudism 역시 독자적인 식별력을 가진 또 하나의 요부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상표에 여러 개의 요부가 존재할 때
대법원은 피고인의 긴 상표(CATALIC Narcisse Nudism Holic Matte Lipstick) 안에 중요한 부분(요부)이 3개나 있다고 봤습니다.
- CATALIC (브랜드명)
- Narcisse (수선화 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 Nudism (나체주의)
이 셋 다 각각 독립적으로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하므로, 이 중 하나인 Nudism을 피해자의 등록상표 누디즘과 비교하면? 완전히 똑같죠! 그래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고 본 것입니다. 🔨
깊이 있는 법리 분석: 요부관찰, 언제 적용될까?
이번 판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관련된 다른 중요 판결들도 살짝 살펴볼까요?
독자적인 식별력이 인정된 사례: 자생 한의원 판결(2015후1690)
유명한 자생한방병원 사건 기억하시나요?
과거 대법원은 자생한의원, 자생한방병원 등의 상표에서 한의원이나 병원은 누구나 쓰는 말이므로 식별력이 없고, 자생이라는 단어가 바로 요부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생초라는 상표를 썼을 때, 자생이라는 핵심 부분이 겹치므로 유사하다고 보았죠. 어떤 단어가 널리 알려지고 강한 인상을 주면, 그 단어가 상표의 주인이 됩니다.
전체를 하나로 보아야 하는 사례: mou 의류 상표 판결 (2017후981)
반면, 떼어낼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MOU-JON-JON이라는 상표와 mou라는 상표가 붙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대법원은 MOU가 우리가 아는 양해각서(MOU)라는 뜻으로 의류에서 쓰이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MOU만 떼어내서 비교하면 안 되고, MOU-JON-JON 전체를 하나로 봐야 한다고 했죠. 결과적으로 두 상표는 비유사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도형과 문자가 결합된 경우의 판단 (2023후11180)
작년에 나온 탄산수 판결도 흥미롭습니다.
문자와 도형이 복잡하게 섞인 상표였는데요. 대법원은 도형이 있더라도 문자(이름) 부분이 호칭하기 쉽고 강한 인상을 준다면, 문자 부분(요부)을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즉, 그림을 아무리 다르게 그려도 핵심 단어가 같으면 침해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상표 분쟁 예방을 위한 조언
이번 누디즘 판결은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내가 만든 이름이 아무리 길고 독창적이어도, 그 안에 타인의 등록상표 중 식별력 있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상표 출원 및 사용 시 요부 검토의 중요성
- 단순 결합 금지: 기존 유명 상표에 Holic, Matte, Premium 같은 수식어를 붙여서 길게 만든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수식어는 식별력이 약해서 무시되고, 핵심 단어(요부)끼리 비교당하게 됩니다.
- 식별력 판단: 내가 쓰려는 단어가 누드처럼 흔한 단어인지, 누디즘처럼 독특한 단어인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혹시 “당신의 상표가 내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라는 경고장을 받으셨나요? 무조건 겁먹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 상대방의 상표가 식별력이 없는 단어(관용표장, 성질표시 등)인지,
- 내 상표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외관, 호칭, 관념이 정말 유사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원심처럼 법원도 헷갈려 할 만큼 미묘하고 어려운 것이 상표 소송입니다.
내 브랜드가 안전한지, 혹은 억울한 침해 주장을 당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로피드 법률사무소를 찾아주세요. 복잡한 상표의 미로 속에서 명쾌한 길을 찾아드리겠습니다. 🚀